
플레이타임: 40시간
메카닉: ★★★★★
비주얼: ★★★★☆
사운드: ★★★★★
스토리: ★★★☆☆
난이도: ★★★☆☆
총평: ★★★★☆
한줄평: "모든 소울라이크는 다크소울로부터 시작됐다"
메카닉
- 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지면 시리즈가 계승되어도 굳이 뜯어고칠 필요가 없음을 증명한 사례
올드 게이머가 아니라면 아마도 엘든 링으로 '본가'(프롬社) 소울류를 접했을 확률이 높다. 나역시도 그런 뉴비였고, 소울라이크 장르의 원조에 대한 존경심이 다크소울 시리즈로 향한 것인데 생각보다 더 다크소울3의 메카닉과 엘든 링의 그것이 차이가 없어서 놀랐다.
다크소울3 출시 이후 엘든 링 출시까지 6년이 걸린 것을 보면 메카닉은 이미 완성돼있는 전작의 것을 그대로 계승하고 나머지 시간은 스토리라인, 점프 시스템, 맵 디자인, 전투 디자인에 힘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시각적인 자극은 엘든 링이 당연히 압도적이지만 플레이의 안정성, 편안함은 오히려 다크소울3가 엘든 링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이 들었다. 구르기 판정, 공격 리스크, 히트박스, 전투 디자인 등등 'Classic' 그 자체였다. 이렇게 느낀 핵심 원인은 적들의 공격 모션에 있다.
엘든 링은 전체적으로 템포가 빨라지면서 적들의 공격도 더 빨라졌는데(너프 전 미켈라단을 아는 사람: ☠️), 그 수준이 불쾌한 경계선 위를 곡예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물론 지금은 불합리한 프레임 삭제 공격이 완화됐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며, 다크소울3도 출시 초기엔 똑같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1회차 기준으로 다크소울3의 메카닉은 충분히 합리적이며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재도전을 부르는 순환 구조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엘든 링은 이런 느낌보다는 딜찍누로 힘든 구간을 넘겼던 것 같아서 이런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워낙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보니 기상천외한 빌드들이 넘쳐나 그런 재미가 있던 게임이었다.
비주얼
- 다크 판타지 액션 RPG의 정수
솔직히 맨처음엔 찰흙 그래픽에 당황했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뇌이징 이후엔 이 게임이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 차갑고 무거운 공기의 냄새, 나무 썩은 내가 느껴질 정도로 몰입이 잘 되는 비주얼에 만족했다.
개인적으로 P의 거짓을 인생 게임으로 평가하는 여러 요인 중에 비주얼을 최고로 꼽는데, 출시 당시 겨울이어서 춥고 어두운 밤에 특유의 어둡고 차가운 벨 에포크 그래픽을 보고 경탄한 그 순간이 내 최고의 게임이 된 이유라고 설명하고 다니기 때문에, 다크소울3에서 차가운 이루실의 골짜기를 처음 마주했을 때와 아노르 론도 리프트를 올라갔을 때의 그 기억은 P의 거짓의 순간과 견줄만했던 것 같다.
사운드
- 소울라이크를 넘어서 모든 게임이 본받아야할 교과서같은 게임
보스전 배경음악 중에 기억나는게 한 개도 없다. 이 말은 음악이 구리다는 뜻보다 오히려 너무 찰떡이어서 보스와의 전투에 몰입할 수 있게 십분 도와준 일등공신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할 것이다. 음악이 쌩뚱맞거나 구렸다면 오히려 뚜렷하게 뇌리에 남았을 것이다.
대신 타격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무기 하나하나가 다 뚜렷한 자기만의 구분감 있는 사운드를 보유하고 있다. 다크소울3를 플레이해보니 인왕의 타격 사운드가 얼마나 구린지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게 됐다. 인왕 개발사는 즉시 칼로 골판지 때리는 사운드를 교체하라...
스토리
- 흠... 회차 마려워지는 딱 적당한 프롬뇌네
개인적으로 '프롬뇌'라고 일컫는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암시적인 스토리텔링은 불호에 가깝다. 역시나 1회차를 끝내면서 게임 내에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아직 이해를 못했다.
엘든링으로 처음 '본가' 프롬식 스토리텔링을 경험했을 땐 좀 불쾌함이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거진 80시간을 쏟아부었는데 결국 내가 세계를 구한건가? 명확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다회차 진행을 하지 않았다. 다시 그 길고 거대한 스토리라인을 헤엄쳐올 엄두가 안났기 때문.
다크소울3도 똑같다. 사실 다크소울3가 나오고 6년 뒤에 엘든 링이 나온거니 엘든 링이 똑같은거지. 근데 다크소울3에서의 프롬뇌는 엘든 링의 그것에 비하면 거부감이 적다. 그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가장 큰 원인은 볼륨일 것이다.
닼소3은 볼륨이 딱 적당하다. 아쉬울 때 끝남. 크기에 압도되지 않음. 그래서 여러 번 먹어도 탈이 없음. 근데 엘든 링은 너무 헤비하다. 소설로 치면 장편소설임. 어떻게든 끝까지 꾸역꾸역 먹었고 솔직히 맛있었으나 한 번 더 바로 먹기엔 손사래가 쳐진다.
근데 또 다시 생각해보면 좀 짧은 것 같기도... 1→2→3까지 오면서 틀을 유지한 채 볼륨을 키워보다가 더이상은 똑같은 그릇으론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엘든 링이란 다라이를 가져온걸까?
++ 그리고 한가지 불만이었던건 컷씬 연출이었다. 최종장 왕들의 화신을 잡고 나서 재의 귀인이 그저 불쏘시개 나선검의 불에 손을 갖다대 불타오르는 채로 앉아서 끝나는 연출은... 유튜브로 확인해보니 엔딩 분기에 따라 다른 컷씬이 여러개 있는걸 발견했다. 다회차.. 해야겠지?
왕들의 화신 컷씬뿐만 아니라 숨겨진 지역을 발견하거나 재의 귀인이 나오는 컷씬은 음.. 너무 질질 끌려서 답답했다
난도
- 엘든 링 혹은 최신 소울라이크 게임을 2편 이상 클리어했다면 어렵지 않다
보스 난도는 정말 어려운게 없다. 왜 사람들이 엘든 링 DLC나 P의 거짓 초창기의 프레임 삭제 공격에 엄청난 불평불만을 쏟아낸건지 이 게임을 하고나서 이해할 수 있었다.
다크소울3의 보스들은 매우 친절하다. 나 때릴거다?하고 알려주고 갑자기 찌르지 않는다. 쫄아서 먼저 구르고 있는데 지켜보다가 구르기 끝난 이후에 때리는 '무명왕'이나 '왕들의 화신'은 있어도 그게 신기하게 게임 탓이 아니라 내 탓을 하게 된다. 이게 정말 감탄스러운 난도 조절이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만드는 보스. 이러기가 쉽지 않은데 다크소울3를 개발한 미야자키 사단의 그 때 당시 개발력은 최고조에 달했던게 분명하다.
다만 딱 한 구간 '카사스의 지하 묘' 파트는 좀 힘들었다. 1회차는 공략 없이 클리어하는게 내 신조였는데 뼉다구 주제에 단단하고 한 번 더 살아나는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진짜 여기서 하차할 뻔 했다. 유튜브 공략을 보고 메이스를 들고 갔는데도 여전히 빡세서 속으로 욕하면서 꾸역꾸역 밀었다.
레벨디자인
- 선형적이란 평이 많은데 내 체감은 매우 비선형적이었음
선형적(linear) 게임의 정의란 여러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플레이어들이 동일한 스토리를 경험하게 되는 게임으로 간단히 정의내릴 수 있으며 비선형적(non-linear) 게임은 반대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이 정의만 봐도 두 개념은 완전히 배타적이지 못하며 배타적인 태도로 게임을 만들거나 평가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다크소울3도 선형적인 얼개를 가지고 있으나 '무연고 묘지'나 '고룡의 꼭대기'같이 엔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역, 선형적 내러티브 속에서 유저의 선택으로 엔딩이 분기되는 점은 비선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이 게임이 비선형적이라고 느껴졌다. 선형적으로 느껴지려면 게임 진행이 막힘 없이 쭉 이어져있어야 하며, 플레이어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스토리의 흐름을 빠뜨리는 일이 적어야 한다. 다크소울3는 그렇지 않다.

보스를 격파해도 그 뒤로 맵이 이어지지 않는 지점이 꽤 많다. 또한 맵이 유기적으로 숏컷이나 y축을 활용한 숨겨진 길로 이어져있다. 차가운 골짜기의 이루실에서 아노르 론도로 가는 길은 눈 앞에서 놓치고도 못찾아 한참을 헤맸고, 불사자의 거리와 깊은 곳의 성당에서 보스를 잡고 난 뒤도 다음 챕터를 못찾아 한참을 헤맸다.
물론 메인 보스를 잡지 못하면 다음 챕터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선형적인 구조이긴 하나, P의 거짓을 했을 땐 항상 보스 뒤에 다음 챕터로 가는 길이 있어 헤맬 일이 없었던 것을 기억하면 '선형적인 게임'이란 키워드는 다크소울3보다 P의 거짓에게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그래서 소울류 입문을 P의 거짓으로 한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물론 출시 직후라 프레임 삭제 공격이 존재한 버전이었지만 난 쌩초보였기 때문에 프레임 삭제인지도 모르고 될 때까지 머리 박아서 '정상화'되기 전에 엔딩까지 봤다. 만약 이 때 P의 거짓 맵 디자인이 다크소울3와 같았다면 난 분명히 하차했을 것이다.
총평 및 기타

아주 잘 만든 게임이며 다회차를 스팀덱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가지 치명적인건 왜 다크소울3나 됐는데 게임 데이터 동기화가 스팀으로 안되는거냐... 게임 파일을 드라이브로 수동 동기화해야하는건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