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ver.2
타인과 집단생활을 할 때 여전히 각각의 많은 개인정보들을 알아야만 친밀감이 생기는 고맥락 사회이다보니 매번 관계를 맺을 때 수반되는 피로감을 편리하게 도와줄 AI와 같은 도구로서 한국 사회에 급속도로 깊이 자리잡게 된 것 같다
혈액형 4개 분류에서 MBTI 16개 분류로 곱절 늘어나 더 과학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상은 2차 세계대전 시대에 한 심리학자의 이론에 기인한 비과학적 장치일 뿐.
사회 구성원들이 다름을 당연시여기고 동질화에 대한 강박을 갖지 않게될 때 비로소 남들을 틀에 짜맞춰넣으려는 시도들이 사라질건데, 아예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남아돌아서 안봐도 그만인 것도 아니고,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원래도 유교문화가 근본인데 좁아터진 서울에 제일 젊은 사람들이 뭉쳐사는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 싶음
맹신하지 않으려 애쓰는 나도 솔직히 MBTI 신봉자에 가깝다. 나에 대해 정말 잘 설명해줄 수 있다고 느낀 적이 있으며 내가 궁금한 사람들을 알아갈 때 MBTI를 빼놓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러나 저러나 난 빼박 한국인 맞음
그럼에도 정말 노력하는 것은 내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최소한 말은 그렇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낙인을 떼고 그 사람 자체로 이해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이 거대한 사회담론에 자아를 갖고 부딪히려는 반골기질이 피곤함을 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뇌빼고 살려면 너무 티피컬한 한국인이 되는 것 같아 그건 죽어도 싫다. 적어도 부모님세대같진 않은 그나마 열려있는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어떤 우월주의가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