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용을 왜이리 부끄러워할까
https://wonowdaily.tistory.com/216
AI 사용에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보임 AI를 사용하면 뭔가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치팅한 것처럼 스스로 느끼고, AI를 사용했냐고 물으면 터부시되는걸 몰래 한 것처럼 소심한 목소리로 '조금만 썼어요...'라고 변명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봄
결론부터 말하자면 죄의식 가지지 마라. 과거의 '성실한' 공부 패러다임은 더이상 '유일한 정답'이 아니게 됐다
- 공식 문서로 개념 공부
- 블로그/웹서치로 견본 코드 복사 붙여넣기
- 빌드 및 테스트하면서 체화하기
- 나만의 니즈를 리팩토링으로 반영하면서 '내 코드'화 하기
내가 개발을 시작했을 때만해도(2022) 위와 같은 전통적인 과정만이 존재했다가 불과 2년 뒤 AI가 보급된 뒤부턴
- 내가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상세한 명세 작성
- 뽑힌 초안을 확인하고 세부적으로 sharpening
- 모르는 개념이 나올 때마다 질문 + 공부
탑다운 방향의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코드를 짤 때 "내가 알고 있는 테크트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했던" 반면, 지금은 "제약과 목표만 정하고, 구현 방법은 모델에게 던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즉, 문제 해결 방식이 ‘지식 기반’에서 ‘의도 기반’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바텀업과 탑다운 두 공부법을 모두 자유자재로 쓸 줄 알아야한다. 두 공부법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하고, 한가지 공부법만 편식하는 것은 미련하거나 '못하는 사람'의 소양이 됐다.
지금 수강하고 있는 부트캠프의 강사님이 이전 기수 수강생의 사례를 하나 말씀해주셨는데, 그 수강생은 AI를 100% 활용해서 구현은 어찌저찌 해냈으나 알맹이가 비어서 후반부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 경우는 탑다운 방식만 고집해서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대부분의 20대들은 당연하게도 바텀업에 익숙한 사람들일 것이다(지금 학생들은 학교에서 전자기기를 적극 활용하니 다를 수도 있겠다). 학교/학원에서 교재를 펼치면 단원마다 개념이 먼저 나오고, 응용사례가 나오고, 그 뒤에 문제풀이가 나온다.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한 땀 한 땀 글씨를 써서 문제를 풀던 그 습관이 26년의 개발자로서 학습하고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데 있어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우리는 왠지모르게 내 코드베이스에 내가 직접 타이핑하지 않으면 안되는 병을 가지고 있다. AI에게 물어보고 나온 답을 그대로 배끼더라도 내가 타이핑해야 죄의식을 씻는 기분이 든다(물론 초기 상태에서 지식 체화를 위한 따라치기는 필수이다. 아무리 눈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인간은 결국 오감으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손수 타이핑하는 낭비를 지적하고 싶다).
이건 마치 순수한 창작자의 딜레마와도 같다(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릇 진정한 걸작은 다른 것을 모방하거나 착안해오지 않고 그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착각. 그런건 이 세상에 없다. AI를 쓰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려서 블로그와 공식 문서의 코드를 참조했다고 치자. 그 코드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 코드가 AI로 뽑아낸게 아니란걸 증명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답할 수 있지 않다면 모순적인 죄책감을 벗어던져야한다는 뜻이다.
미래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의 AI가 내놓는 답변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부산물들을 잘 거른 정수에 지나지 않는다. AI를 통해 답을 얻든 사람이 직접 쓴 글을 통해 답을 얻든 결국 사람들의 생각을 취득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돌아가지 않고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고품질 대량의 답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원시시대의 뗀석기를 고집하는 것은 흥선대원군을 자처하는 꼴이다.
메타인지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이 기능을 구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만들어놓은 것에서 최종 목표까지 도달하려면 지금 내 결과물은 뭐가 부족한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디지털 가내수공업의 시대에서 디지털 자동화 시대로 드디어 전환되고 있다. 이 변화의 말로는 인간 존재의 위기로 귀결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일개 개인으로서 흐름을 거부하고 바꿀 수 있는 초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하루라도 빨리 적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글이 굉장히 명령적이고 고압적인 투로 작성되었는데 사실 제 발 저려서 쓴 글입니다. 반성의 목적으로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들었는데 독자의 손바닥도 따가워졌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