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낀 것들:
1. 메카닉 개발이 최우선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지금은 컨셉이 최우선인 것 같다
메카닉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게임플레이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완성되지 않는다면 나머지가 의미없다 생각한 것이었음
물론 이 생각도 맞지만 직접 만들기 시작하니 메카닉의 '감도'는 전적으로 컨셉에 좌우됨을 느꼈다 만약 내가 침울한 세계관을 컨셉으로 선택했다면 가볍고 화려한 메카닉은 맞지 않는다.
만약 스타일리시한 메카닉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너무 침울한 중세 다크판타지 세계관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2. 장르를 차용/계승한다면 어떤 부분을 계승할 것인가?
'소울라이크'는 정확히 무엇인가? '소울라이크'를 이루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소울라이크에서 회피 중심의 빡빡한 전투는 당연히 핵심이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가혹한 스테미너 관리가 필수인 수동적인 전투만으로는 게이머를 자리에 묶어둘 수 없다. 특징적인 전투 외 매력이 없었다면 다크소울은 아마 '똥겜'으로 낙인찍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메카닉 그자체만으로는 그 다음으로 나아갈 동인을 쥐어주지 못한다 말할 수 있다.
미야자키는 인터뷰에서 '일단 자신이 많이 죽는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어떻게하면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고 성취감을 줄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미야자키의 언급처럼 프롬 소프트웨어의 모든 게임은 '의미있는 죽음'이라는 핵심을 전제로 두고 액션이란 표현법을 사용해 표현한 것이라 봐도 된다.
그렇기에 유튜버 GMTK의 '소울라이크라는 장르가 필요할까요?'란 영상에서 지적하듯 다크소울 시리즈의 수많은 기능을 소위 '우라까이'한 아류작들이 '소울라이크'란 택은 달았을지언정 프롬 소프트웨어를 계승했다고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가 설명된다(Mark Brown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를 탓하라).
결국 맨처음 질문에 답한다면 '소울라이크' 장르란 '고난도의 세계를 끊임없이 죽어가며 언젠가 끝내 격파하고 얻는 성취감'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3. 덜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 장치를 여러 개 마련하라
소울시리즈는 암울한 배경과 험난한 레벨디자인에 플레이어가 빠르게 압도되지 않도록 여러가지 완충장치를 마련해놨다.
- 메시지, 피웅덩이, 유령(혼자가 아님)
- 영체/NPC
- 멀티플레이어
4. 확산성의 조건(바이럴리티)
위 영상에서 소울시리즈의 흥행을 분석할 때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게임성'을 언급한다. 스트리밍 흥행 이전에는 골방에서 혼자 변태처럼 고통을 즐기던 게임이었는데, 이것이 방송 화면으로 실렸을 때 바이럴이 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양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 보기에 어려워보이지 않는 조작('저걸 왜 못해?'가 유발되는 게임, 실제와 다름)
- 어느 부분을 보나 사전 지식이 필요없는 진행(옅은 내러티브로 부담이 없음)
- 첫 입은 핵심 루프에 집중할 수 있게,
- 두번째 입부턴 로어(lore)를 즐길 수 있게
- 너무 쉽지도 너무 불합리하지도 않은 적당한 난도
-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공략을 쓰게 만드는 레벨디자인
- 강제하지 않음으로써 똑같은 공간이지만 저마다 다른 경험 가능
- 명확한 실력 천장이 어쨌든 존재해 누구나 클리어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음
5. 완벽한 판타지
회차당 플레이타임 20~40시간을 가진 다크소울 시리즈는 게임 전반적으로 어두운 중세 판타지 배경을 유지해도 괜찮았지만, 적어도 2배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요하는 엘든링의 경우 80시간동안 침울한 하늘 아래에 게이머를 배치해두는 것은 일종의 고문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든링은 각 지역마다 선명한 색 테마를 두고 그것을 충실히 수행하는 아름다운 시각적 디자인을 완성해냈다. 이 작업이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출시된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최신 AAA 게임들의 비교 기준이 될만큼 게임의 교과서로 자리하고 있다.
나는 엘든링이 게임으로서 가장 독보적이고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의하는 게임이란 스텔라블레이드 개발사 시프트업의 디렉터 김형태의 철학에 동의하는 '굳이 안해도 되는 놀이'다. 그렇기에 게임은 현실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를 추구해야한다.
그것이 시원시원한 무쌍 액션이 될 수도 있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상이다. 그렇기에 내가 좋아하는 게임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엘든링, P의 거짓, 세키로, 할로우 나이트, 다크소울). 소설과 영화도 그런 류(눈물을 마시는 새, 스파이더맨: 어크로스더유니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