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트캠프 세번째 프로젝트: 액션 RPG 기초
서론
3월 24일부터 4월 6일까지 2주간 진행됐던 세번째 프로젝트는 언리얼 엔진의 블루프린트 기능으로만 제작해야하는 자유주제 프로젝트였다.
2주라는 시간이 이전 프로젝트보다는 훨씬 긴 시간이지만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기에, 이번엔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메카닉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두고 프로젝트에 임했다.
본론 1.
프로젝트 초기엔 P의 거짓이나 세키로를 레퍼런스로 두고 시작했다. 두 게임 모두 빠른 템포의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별 생각 없이 가장 재밌었던 게임을 모방하려고 들었다. 그런데 만들다보니 몇 가지 큰 걸림돌에 봉착하게 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만드는 동안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이미 뚜렷한 레퍼런스가 존재하는데 확신을 왜 갖기 어렵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이유는 레퍼런스의 모든 것을 정확히 모방하는게 아니라면 내 게임에서 '곽민규만의 무언가'가 있어야하고, 그것은 단지 지엽적인 몇 부분을 꼬는데서 탄생하는 일차원적인 결실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P의 거짓도 좋지만 좀 더 뚜렷한 레퍼런스 세키로를 살펴보자. 세키로는 출시한 19년도 GOTY(올해의 게임상)를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세키로의 핵심은 '칼 한자루'로 표현할 수 있는 액션의 정점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세키로를 뛰어남는 도술 창작품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런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순수하게 상상으로만 유추했을 때, 적어도 '센고쿠 시대의 이름 없는 닌자의 이야기를 만들자'고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보단 '일본 검술의 극치'를 첫 목표로 두고, '칼 한 자루'의 제약과 '의수'를 통한 합법적 변주를 다음 단계로 잡았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본 검술의 극치'라는 핵심 목표를 설정할 때부터 게임의 컨셉, 대략적인 스토리,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 다짜고짜 게임 에디터를 켜 빈 화면에 마네킹만 서있는 상황에서 칼을 쥐어주고 구르기, 점프를 하며 패링을 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캐릭터의 모션에 애니메이션을 붙일 때 더욱 확실해졌다. 캐릭터의 모션에 통일감이 없어 부자연스러웠다. 이 부자연스러움을 없애려면 '이런 느낌을 주고 싶어'라는 최소한의 의도가 있어야 했는데, 그것은 결국 게임 컨셉, 스토리에 대해 생각해야만 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메카닉부터 만들면 나머지는 자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는 발상은 굉장히 오만한 생각이었다.
본론 2.
하지만 1번 본론과 별개로 언리얼 엔진이라는 저작도구에 익숙해지는 소목표는 달성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언리얼은 커녕 유니티마저 써본 적 없던 내가 조작은 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이제는 조금 게임 로직에 익숙해진 것 같다. '프로그래밍적'으로 게임이란 응용 프로그램이 어떻게 컴퓨터에서 실행되는지, 의도하지 않은 기현상이 발생했을 때 어느 방향으로 역산해 원인을 찾을 수 있는지 감을 잡는 시간이었다.

다만 조금 더 정제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체력/스테미너/이동속도 등 스탯 관련 정보, 공격 등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일일이 지역 변수로 떡칠하기보다 데이터 자료(DataAsset) 형태로 관리를 하게 한다던지, 개발 생산성을 위한 구조 설계와 재사용성을 위한 로직 분리 부분에서 나름대로 노력하였으나 직접적인 효능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결국에 이 지점에서도 개발해야하는 게임의 형태의 유무가 모든 것의 근거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느꼈다.
결론
나는 단순히 대체 가능한 '기술자'가 되고자 하지 않고,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내가 하는 모든 행위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 없이 단순히 행위 자체가 즐거워서 만든다고 한다면 그것은 텅 빈 깡통이 된다. 내가 그렇지 않다고 우겨도 소비자들은 정확하고 냉철하다.
이번 프로젝트 기간을 통해 무엇이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하는지를 명확하게 깨달았다. 이 깨달음 덕분에 물흐르듯이 기획에 관심이 생겼고 여러 책과 온라인 강의를 구매하게 됐다. 지브리 영화들을 토대로 스토리를 쓰는 방법에 대한 책, 한국 괴물 백과, 색채학 책 등을 구매해 이미 거의 다 읽었으며 인프런에서 전투/맵/사운드 기획에 대한 기술적인 강의도 구매해 수강을 시작했다.
다행인건 이 과정이 너무나 재밌고 적성에 맞는다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탐독하고, 공부할 거리를 찾아서 닥치는대로 흡수하고 있다. 나만의 세상에 빠져 외로움도 느끼지 못하고 하루종일 게임 생각 뿐이다.
이렇게 하면서 느낀 점은 '게임 디렉터가 되는 법', '작가가 되는 법', '영화감독이 되는 법'같은 건 정말로 정해져있지 않다는 것이다.
직접 부딫혀봐야 알게되는 영역이 있다. 아무리 선봉자들이 미리 뚫어놓은 길이 있어도 나와 100% 맞는 길은 없는 것 같다. 특히나 이렇게 머릿수 자체가 적은 분야는 참고할만한 자료도 적거니와 위험한 분야인 것 같다. 그러니 의지할 것은 자신 뿐이며 자기만의 뚜렷한 기준과 확신을 갖도록 계속해서 갈고닦아야 한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이 자기 확신이 오만함으로 번지지 않게 가지를 치는 것이다. 한 끗 차이로 자신감이 다른 것들을 폄하하는 비겁한 생각이 될 수 있음을 종종 느낀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조금만 느슨해지면 오만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자주 돌아보고 비워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