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리어
프론트엔드 개발자 그만둡니다
제목 그대로다. 웹 개발자를 그만두기로 했고 다음주에 퇴사하기로 했다
사유는 게임개발자가 되기 위해 6개월짜리 부트캠프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나도 P의 거짓 만들거야

12월 중순쯤 원티드 채용플랫폼을 열었더니 '게임개발자 양성과정'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하루만에 퇴사의사를 팀장님께 전달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다소 갑작스럽긴 하다. 하지만 충분히 신중하고 결정에 후회는 없다
단지 내겐 방아쇠를 당길 이벤트가 필요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내 포부를 더 적는 것은 이미 지난 2주간 폰 메모장에 충분히 적어뒀고, 이 짧은 서두에서도 오글거리기 때문에 그만둬야할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게 좋았어
난 어렸을 때부터 일관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난 동네서 좀 특이했어
유치원
유치원 그림대회에서 친구 초상화를 똑같이 그려서 상을 탔고, 선생님들이 엄마한테 민규 미술 시키라고 칭찬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초등학교
초등학교땐 카트라이더 종이모형 만드는거에 푹빠져서 '백상지'라는 종이까지 부모님께 졸라서 마련해 3D 도면을 인쇄하고 자와 커터칼로 재단해 조립했다.
이 시기 울 엄마는 나를 진지하게 영재원에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셨다

중학교
중학교땐 대도서관을 보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꿈이 됐고
고등학교
고등학교땐 나영석 PD를 보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방송 PD'로 진화해서 결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신방과)까지 진학하게 됐다.
대학교
대학교땐 PD의 꿈은 접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웹개발을 군대 전역 후에 시작해
직장인
지금 이렇게 햇수로 3년차(개인적으로는 만 2년차라고 말하고 다님) 웹개발자가 됐다.
관통하는 점은 사람들이 쓰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방향성과 직접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다는 점?
기타 악보, 종이모형, 운동, 게임 플레이, 영화나 드라마 시청에서도 난 항상 표면 아래에 숨겨져있는 원리와 의도를 찾아보고 나만의 초고속 카메라로 뜯어보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집대성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두렵긴 해
만 2년 경력을 가진 입장으로서 지금의 커리어를 접고 새 출발한다는게 솔직히 쉽진 않았다.
물론 훨씬 잃을게 많은 사람들은 널렸겠지마는,
이 분야에서도 내가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충분히 만족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근데 이렇게 뚜렷한 꿈을 현실적인 이유로 눌러놓고 살기엔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포기할게 많았다. 연봉, 자취, 시간..
근데 지금이 포기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두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하기로 했다.
2. 일상
인생은 결국 혼자다
6월부터 그토록 바라던 첫 자취를 사당역 근처에서 시작했다.
지난 6개월을 회고해보자면 굉장히 외로웠지만 그걸 넘어설만큼 혼자의 삶은 가치가 있었다.
엄마랑 수건 주방에서 쓰지말라고 매일 싸웠던 것도 안해도 됐고,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의 칭찬으로 말로만 깔끔떠는 사람이 아니란걸 증명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내 삶을 A부터 Z까지 주체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얼마가 될진 모르겠지만 게임 클라 개발자로 취업하게 되면 본가에서 다시 뛰쳐나올 것이다
근데 외롭기는 뒤@지게 외롭다. 2~4개월차가 고비였고, 그 시기가 지나니까 무뎌지긴 하더라
근데 어제 12월 31일은 좀 다시 외롭긴 했다. 어쩌겠나..
내년엔 꼭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기를
새해엔 좀 더 행동으로 옮겨보자
25년은 현상유지에 가까운 한 해였다.
기타 유튜브
회사에서도 바뀌는 조직 구조에 적응해 체화하는 시간들이었고,
자취라는 큰 도전을 했지만 그 외엔 기존의 내 삶을 최대한 유지하려는데만 집중했던 것 같다.
몇 달동안 인프런 강의만 깔짝이다 결국 배수진을 치고 스스로를 절벽에 내몬 게임 개발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기타 연주하는걸 유튜브로 기록하겠다는 다짐은 결국 개같은 완벽주의에 짓눌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운동
운동도.. 식단은 완전히 정착했지만 웨이트는 결국 10월부터 아예 안하기 시작했다.
노력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했겠지만 어쨌든 열심히해도 안늘더라 ㅋ
혼자하는건 한계가 분명히 있다. 더 높은 경지로 오르려면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건 진리다.
영어회화
11월부턴 집 근처 설대입구에서 출근 전에 1시간 영어회화하는 당근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도움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재밌었다. 잘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록 배우는게 많아지는 것 같다.
결국에 이것도 언어만 달라지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점점 영어회화의 목적보다는 사람 이야기 들으러 가는게 목적이 되는 것 같다.
아쉽게도 집으로 들어가면서 더는 이 모임에 못나가겠지만.. 비슷한 모임을 찾아 헤맬 것 같다
p.s. 한국인들 나이는 순 구라인 것 같다.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나이가 많아서 혼란스러웠다.마무리
이 회고글도 한달 내내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썼다.
그리고 분명히 시간이 지나 다시 들춰보면 쪽팔리겠지. 항상 어쩌라고의 마인드로 살자
제 첫 직장인 포트로직스 개발팀에서 저와 함께 일했던 개발팀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24년 버전의 개발팀 분들이나, 25년의 개발팀 분들이나 모두 배울 점이 많았던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조무래기를 뽑아주신 치호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제 모든 프론트 개발지식을 알려주신 쁨버지, 츤데레같이 이것저것 챙겨주신 종윤님 그리고 곽민규의 제 1회 '최고의 호흡' 부문 수상자 경원님께 special thanks를 올립니다.
회사 자체는 별로 응원하고 싶지 않지만 개발팀은 응원하고 싶습니다. 모두 잘 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잘 돼서 나중에 '불구덩이로 뛰어들어간 놈 기어코 살아돌아왔네' 소리 들으러 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