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최근 2주동안 기획적으로 꽉막혀서 너무 고생했는데
갑자기 하루만에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이 유레카 모먼트를 한시간에 3, 4번 찾아버려서
스스로도 얼떨떨해서 기록을 날 것으로 남기고자 새벽에 컴퓨터를 켰음
세계관을 굉장히 첨예하고 구조적으로 짜다보니
게임 바깥의 세상은 굉장히 잘 돌아가는데, 정작 게임으로 만들어야할 장소에 대한 설정들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바깥의 설정들이 제한적인 공간 안으로 끌어들어와져야 하는데 그게 안됐음
그러다보니까 번아웃이 잠깐 왔고, 극복하고자 프로젝트 시작하면서 읽었던 글들과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유튜브에 세계관 짜는법 검색해보고 온갖 몸부림을 친 끝에
지금 세계관으론 도저히 답이 안나와서 각 설정들을 레고 부품처럼 분해해놓고
오직 폐쇄적인 실험 탑 안에서 이뤄질법한 내용들로 설정들을 재구성하여
기어코 새로운 세계관을 이틀에 걸쳐 만들어냈음.
이 때도 유레카 모먼트라고 외치면서 열심히 디벨롭해서 디스코드 채널에 공유했고,
오늘 프로그래밍 팀장님과도 점심 식사 시간을 가지며 그간의 고구마 구간에 대해 얘기를 하고
또 새로운 세계관으로 혼란을 느끼실 컨셉아티스트 분들과도 밤 9시에 미팅을 통해 소통을 하였는데
일단 새로운 세계관은 채택하지 않을 것임. 다시 핸들 꺾어서 이전 세계관으로 돌아옴.
확실히 사람은 작업을 할 때 혼자 하는 것보다 맥락을 공유하는 팀원들과 소통하는게 맞다
내 팀의 구조상 이 기획 작업을 다같이 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방향타를 잡은 내가 결정을 해야만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종의 병목이 존재했음
그런데 어쨌든 이 프로젝트에 애정은 있으시지만 전업처럼 참여하는건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나 혼자 이 세계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멘헤라가 왔고, 아이디어 주머니가 고갈된 나는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기까지 이르러버린 것
근데 이렇게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헤맨 덕분에 결론적으로는 매우 큰 도움이 됐음
- 새 세계관을 쓰면서 내 머릿속이 환기가 됐다는 점
- 다른 팀원들에게 내 상태가 어떤지 공유가 됐다는 점
- 기존 세계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팀원들이 다시 중심을 잡아줬다는 점
- 다시 기존 세계관으로 돌아올 때 손에 여러가지 새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과 새 시각을 얻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임.
개똥꼬쇼를 한 덕분에, 처음에 생각해둔 이미지에서 갇혀서 나아가지 못하던게 말끔히 사라졌음
구멍뚫린 천장으로 달빛이 세어들어오는 차가운 콘크리트 실험실이 고정된 채 벗어나지 못하다가
실험 타워에서 층마다 올라가면서 보스와의 전투로 주인공이 장착한 무기 파편의 전투력이 얼만지 측정하는 설정이 새 세계관 덕분에 떠오르게 됐고
이게 하나의 정적인 보스방에 보스만 리필되는 문제도 해결해줬고
자연스럽게 억지로 붙여놓은 죽음&부활 설정도 실험 파라미터 값을 재설정해 재실험한다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위 설정이 생기니까 게임의 핵심 루프도 그냥 무지성 소울라이크 루프에서 '반복실험을 통해 무기 파편의 전투력 감도를 높인다'는 너무나도 설득력있는 의미부여가 가능해졌음
여기에 배경 디자인도 원랜 폭발로 땅이 꺼져버린 곳에 균일한 버섯모양 감시탑이 생긴다는 규칙적인 설정만 있었는데
불규칙적으로 A 구덩이에는 A 특징에 가까운 버섯모양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균사체가 형성됐고, 주인공 구덩이에는 전투력 컨셉의 균사체와 버섯모양이 자라난다는 설정이 가능해졌음
그러다보니 억지로 구덩이마다 똑같은 모양의 건물구조에서 '주인공을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설정을 끼워넣어야해서 막혔던건데
하나의 작은 조각으로 인해서 도미노효과처럼 연쇄적으로 좋은 설정들이 튀어나왔음
와 좀 속된말로 일종의 오르가즘이 느껴졌음...
그간의 삽질이 한꺼번에 보상받는다는 듯이 위 설정들이 고구마 줄기 뽑듯이 하나씩 떠올라버려서
잠을 자야하는데 잘 수가 없었다
너무 기분이 좋다
이게 정신확장인가 ㅋㅋ(참고로 맨정신이다 오해 ㄴ)